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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캘리스토리

4월의 핀란드, 눈과 햇살 사이

by 바람의 노트 2025.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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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핀란드, 상상해본 적 있는가.

꽃이 피기 시작하고 나무가 연두로 물들 시기,
그곳은 여전히 겨울과 봄 사이 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유럽 여행 중 만난 핀란드 헬싱키는 무채색과 파스텔톤이 공존하는 도시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눈보라와 반짝이는 햇살이 엇갈려 나를 흔들어 놓았고,

 

그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글씨를 쓰고 있었다. 

헬싱키 대성당, 하얀 건축과 파란 하늘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헬싱키 대성당이었다.

하얗고 견고한 건축물은 눈이 부시게 파란 하늘과 놀라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손에 쥔 캘리그라피 엽서를 꺼내 들고 하늘을 바라봤다.
“눈의 나라, 핀란드.”
글자 하나하나에 바람이 스며들었다.

얼어붙은 손끝에서도 잉크는 흘렀고, 생각보다 많이 따뜻했던 햇살 아래 작은 여유가 시작됐다.

빛나는 붉은 벽돌, 우스펜스키 성당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간 곳에는 또 다른 매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우스펜스키 대성당.

러시아 정교의 영향을 받은 건축 양식답게 금빛 돔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아래, 또 한 장의 캘리 엽서를 꺼내 썼다.


“하늘은 푸르고, 오늘의 날씨는 햇빛 쨍쨍!”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눈이 펑펑 내렸는데, 지금은 한여름처럼 따뜻하다.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하루 안에 두 계절을 경험한 기분이다.

눈 내리는 4월의 풍경, 뜻밖의 겨울 여행

이튿날 아침, 창밖을 보자마자 입에서 감탄이 터졌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풍성하게.

 

4월의 눈이라니.

 

봄꽃 대신 눈꽃이라니.

다시 코트를 꺼내 입고 거리에 나섰다.

 

북유럽 특유의 고요함이 눈 위에 덧칠되면서, 도시 전체가 깊은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나도 걸음을 늦추고, 호흡을 길게 했다.


눈과 햇살, 모두를 품은 여행의 한 조각

이날 오후, 도시는 또 한 번 표정을 바꿨다.

눈은 멈췄고, 햇살이 돌아왔다.

덕분에 설경 위로 드리운 긴 그림자와 찬란한 빛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걷다 보니,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졌다.

한국에서의 일상, 분주한 하루들, 그리고 내가 놓치고 있던 감정들.
여행이란 결국 낯선 풍경을 핑계 삼아 내 안의 무언가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도구가 아닐까.


여행에 캘리를 더하다

내게 ‘기록’이란 단어는 언제나 손글씨로 완성되곤 한다.
디지털 세상에선 그저 텍스트지만, 엽서 위에 써내려간 글씨는 감정의 온도를 담고 있다.
‘여행에 캘리를 더하다’라는 말처럼, 나는 오늘도 이 조용한 순간을 조심스럽게 글씨로 붙잡는다.

 

헬싱키의 4월은 ‘눈 내리는 봄’이었고, 나의 봄은 그렇게 북유럽의 하늘 아래에서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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