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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 숨이 얼어붙은 도시에서 별빛을 기다렸다"
영하 20도.
그 추위는 피부를 찌르기보다, 마음을 잠시 멈추게 했다.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작은 도시, 옐로나이프.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단 하나,
하늘 위 춤추는 빛, 오로라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눈이 내린 고요한 밤거리.
-20°C라는 숫자가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귀끝이 얼고, 숨결이 흰 안개처럼 퍼졌지만
이 낯선 추위조차 낭만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오로라를 향한 기다림.
다음날 새벽,
하늘은 말갛게 맑았고,
하늘과 땅 사이에는 눈과 침엽수가 엮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선 소리도, 색도, 시간마저도 은은했다.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이곳은 마치 다른 별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마주한 첫 오로라.
하늘 저편에서부터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초록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꿈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빛은 점점 더 커지고, 선명해졌다.
나는 그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말은 빛에게 양보하고,
모든 감정은 눈가에 차곡차곡 쌓였다.
함께 서 있던 그 순간,
나는 여행 중이었고, 동시에 살아 있음을 느꼈다.
✍️ 오늘의 캘리 한 줄
“영하의 밤, 별빛을 기다린 나에게 오로라가 왔다.”
✍️ 세줄일기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날마다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긋나고 말았다.
자만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2016년 12월 4일, 캐나다 옐로우나이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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