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과 민트, 음악이 흐르던 in Cuba
— by 캘리고
쿠바에 도착한 그날, 나는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지나가는 자동차는 반세기 전에 멈춰 있었고,
건물의 벽엔 시간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기타 선율이 흐르고 있었고,
그 음악은 마치 나를 천천히 이끌어주는 길잡이처럼 느껴졌다.
그날의 목적지는 단 하나,
헤밍웨이가 사랑했던 그 유명한 바 — ‘La Bodeguita del Medio’.
길 끝에 다다르자 사람들로 북적이는 입구와
기분 좋은 소란함이 먼저 반겨주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게 건네진 투명한 유리잔.
잔 속에는 민트 잎과 라임 조각, 그리고 설탕이 어우러진 모히토 한 잔이 담겨 있었다.
📸 여행지 정보
- 📍 La Bodeguita del Medio, Havana, Cuba
- 🗓️ 2017년 11월 17일
- 🥃 시그니처 음료: Mojito
라임과 민트, 음악이 흐르던 in Cuba
그 순간을 나는 글로 남겼다.
종이에 꾹 눌러 쓴 캘리그라피 한 줄이,
그 날의 냄새와 소리, 그리고 공기의 온도까지 담아주는 것 같았다.
바 안쪽 벽에는 이런 문장이 걸려 있었다.
"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 Ernest Hemingway
헤밍웨이는 여기서 모히토를 마시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다이키리를 마셨다지.
그 글귀를 읽는 순간,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나 역시 지금 그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그가 마셨던 것과 같은 음료를 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이어졌다는, 기이하고도 묘한 연결감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잔을 다 비우고 거리로 나오니,
오래된 자동차 한 대가 골목을 지났다.
바로 그 골목 끝,
낡은 벽화 아래서 기타를 들고 노래 부르던 거리 음악가가 있었다.
눈이 마주쳤고, 나는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였다.
익숙함을 버리고 낯섦을 받아들이는 사람.
낯선 도시에서, 낯설지 않은 나를 만나다.
그날의 쿠바는,
모히토 한 잔 속에 담긴 민트처럼 상쾌했고,
라임처럼 짜릿했으며,
헤밍웨이의 문장처럼 낭만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공기와 감정은
내 안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장의 사진 위에
한 줄의 글을 얹는다.
“라임과 민트, 음악이 흐르던 in Cuba”
— 2017년 11월 17일, 쿠바 아바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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